제목 | 사제 관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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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1-17 |
일반적인 환경에서 법을 확산하는 것을 대승불교에서는 방편이라고 하죠. 이 방편을 잘 활용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불교 용어나 불교적인 태도를 가지고 전하려 했을 때는, 불교 신도 아닌 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죠.
사실 자애미소명상은 대부분 불자들이 오고 개중에는 종교를 갖지 않은 분, 또는 이웃 종교를 믿는 분들도 오십니다.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자애미소명상이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화선 하신 몇 분들이 자애미소명상을 하니 더욱 더 확고해지고 부드럽게 일상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매우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수행법을 하더라도 거부하거나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어주는 수행법이 자애미소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수행법을 여러 선지식의 가르침을 근거로 해서 구성을 한 것입니다.
불자님들한테 스님들은 누구나 다 스승이십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맞이하여 수다라 스님들도 찾아오셨기에 법문의 주제는 ‘스승과 제자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경전을 통해서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잠깐 합장을 하시고 경전의 말씀을 경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싱갈라에게 말씀하셨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침에 있어서 다음의 다섯 가지를 힘써야 하느니라. 법에 의하여 훈육해야 하고 배우지 못한 것을 가르쳐야 하며 질문하는 것을 잘 이해시켜야 하고 착한 벗을 알려줘야 한다. 아는 것을 다 가르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싱갈라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는 스승을 공경함에 다섯 가지 일에 힘써야 하느니, 스승을 공경하고 높이 칭찬해야 하며 스승의 은혜를 항상 기억해야하고 가르침대로 따라야 하며 늘 사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스승의 뒤를 따르고 명예를 드날려야 하느니라.”
이 말씀은 육방예경-빨리어로 ‘시갈라와다 숫다‘ 라는 경-에 나옵니다. 이 경은 아주 유명하죠. 부처님께서 재가불자들을 위해서 아주 자세한 삶의 지침들을 6부류로 나누어서 설하신 경입니다.
‘시갈로’가 아침 일찍 나와서 육방(동,서,남,북,상,하)를 향해서 하루도 안 빠지고 절을 하자 부처님께서 시갈로에게 하루는 묻습니다. ‘너는 누굴 향해서 그렇게 절을 하느냐?’ 물었더니 ‘누굴 향해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꼭 절을 하라고 해서 절을 하라고 해서 무조건 합니다’ 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니까 부처님께서 방향에 다 의미가 있으며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서 부모-자식, 스승-제자, 남편-아내, 고용주-피고용주, 종교인-신자 의 관계 속에서 각각 다섯 가지씩 어떤 도리를 가지고, 어떤 태도를 가지고 서로 섬겨야 하는지, 공경해야 되는지 자세하게 말씀을 해주십니다.
여기에도 스승이 제자에게, 제자가 스승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시고 있으세요.
첫 번째 법에 의해서 훈육해야 된다. 많은 스승들이 계시지만 정말 법에 합당하게-여기서 법이라고 하는 것은 불자라면 부처님 가르침이고, 불자가 아니라면 진리입니다. 진리 자체에 의해서 원리에 의해서 훈육을 해야지 개인적인 사욕이나 감정에 가지고 훈육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배우지 못한 것을 가르쳐야 된다.’ 입니다. 저도 교수를 금년 8월까지 하면 10년을 하는데 강의할 때마다 어떤 날에는 미안할 때도 있어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안목, 또 지금 이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아서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이 스승의 좋은 자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질문하는 것을 잘 이해시켜줘야 한다. 상도선원에서는 매월 두 번째 일요일에 무차법회로 진행됩니다. 무차법회라는 말도 전통적으로 선사들이 신분고하, 성향, 인종 차별 없이 누구나 부처님 법에 대해서 묻고 답하는 법회입니다.
네 번째는 ‘스승은 착한 벗을 알려줘야 한다’ 입니다. 스승이 착한 벗을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더라고요. 왜 이것이 중요하냐? 스승이 아무리 잘 가르쳐도 좋은 도반이 같이 나누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스승의 가르침이 오래가기 위한 비결은 착한 벗을 자꾸 연결해 주는 것이에요.
다섯째는 ‘아는 것을 다 가르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입니다. 부처님은 스님들의 큰 옷자락에는 감출게 없다, 이 손에 감춘 게 없이 다 펴서 선명하게 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 법이고 부처님 법은 감춘 게 없어요. 제자에게 다 알려주면 나를 업신여기고 스승으로 안 모실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비결을 알려주지 않는 스승은 불교에서 말하는 스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 그럼 제자는 스승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자는 스승을 공경하는데 다섯 가지에 힘써야 하느니라.
첫째, 스승을 높이 칭찬하고 공경해야 한다. 스승이 모르고, 부족하고 보충해야 할 부분은 조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언할 때 방법은 공손하게 예를 차려야 합니다. 스승은 품이 넓기에 다 받아줄 수 있지만 옆 사람의 마음을 시끄럽게 안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스승의 은혜를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스승의 은혜를 기억함으로서 본인이 좋은 것입니다. 저는 우리 스승님께서 가시고 나니 너무 아쉬워요. 항상 모르는 것, 궁금한 것, 수행하다 막히는 것 있으면 큰스님께 항상 여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항상 자상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가르치신 대로 따라야 한다. 아무리 스승이 잘 가르쳐도 그것을 제자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가르치신 대로 실천해 보면 그 가치를 알아요. 그 가치를 알아서 그것을 나누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늘 사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건 너무 강해요. 스승을 너무 사모하면 스승들이 부담스럽습니다.(웃음) 그런데 이 마음도 스승의 은혜를 기억해야 된다는 말씀과 상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승의 뒤를 따르고 명예를 드날려야 된다. 이것이 스승이 가르치신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제자는 훌륭한 스승에서부터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훌륭한 제자는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입니다. 스승이 한 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정체되어 있는 제자는 훌륭한 제자가 아닙니다. 스승이 가르친 것을 완전히 소화해서 그 스승의 가르침보다 더 소중한 가르침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럴 때 ‘저 사람 누구 제자야?’하고 묻으면 누가 올라갈까요? 스승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스승의 은혜를 보답하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제자들이 스승에게 해야 될 도리며, 앞의 다섯 가지가 스승이 제자에게 해야 될 도리라고 육방예경에서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또 대승열반경을 보니 ‘참된 선지식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말씀을 하고 계세요.
2014년 5월 18일 (미산스님 - 상도선원 팔정도법회)